여전히 우리는 자연산 나물이어야 진짜라고 믿지만 실은, 대부분의 나물은 밭에서 기른다. 산에서 나는 것 같은 나물조차도 산나물을 뜯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산나물이라고 통칭하지만, 아주 복잡하다. 초본식물일 수도 있고, 꽃일 수도 있다. 나무의 싹일 때도 있다. 나물 사진을 들고 다니며 캐도 쉽지 않다. 계절과 시간, 공간의 차이에 따라 나물이 되기도 하고 그냥풀이나 나무 싹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침 야생 나물을 캐는 이들이 그들을 뒤따르기도 했다. 약초꾼들이다. 그들도 산삼이나 약초가 돈이 되는 까닭에 나물을 캐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러나 나물을 보고 싶다는 나의 요청에 그들은 나물이 있는 곳으로 나를 이끌어주었다.
원추리는 어린 잎을 쓰며, 반드시 데친 후에 우려서 써야 한다.
독성이 있어서이다. 독특한 씹힘이 있고, 비타민이 풍부하다. 이맘때 원추리나물은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다. 산나물꾼들이 많이 뜯는 나물은 아니다. 값에 비해 뽑는 공이 많이 드는 까닭이다. 나물은 보통 산나물이라고 부른다. 나물은 거의 초본 식물의 어린싹이다 봄이니 여리다. 크면 못 먹을 것도 순하고 여리므로 먹어 넘길 수 있다.
산나물 소비가 가장 많은 철은 흥미롭게도 봄이 아니다. 겨울 자락인 대보름 무렵이다. 이때 가장 많이 팔리고 먹는데 물론 말린 나물이다. 말리면 무게가 생체의 10퍼센트에 못 미친다. 자연산 나물을 인터넷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이유가 따로 있다. 규정 때문이다. 자연산, 천영 등의 표현을 쓸 수 없다. 그냥 국내산으로만 표기 가능하다. 그래서 더러 묘수가 나오기도 한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등의 표현이다.
제각기 의견이 다르지만, 나물의 왕으로 두릅과 명이(산마늘)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두릅은 가지에 순이 하나씩만 나오고, 딸 수 있는 시기도 짧다. 억세어지면 가치가 없다. 우리 먹거리에서 참이란 말이 붙으면 맛이 진하다는 뜻이다. 참두릅은 데쳐서 나물도 먹고, 전을 부쳐도 향기롭다. 두릅나물에는 참두릅말고도 개두릅, 땅두릅도 있다. 원래 우리말 작명에서 개가 붙으면 전통적인 토종이란 뜻이 있다. 개두릅이 딱 그 경우다. 엄나무 순을 뜻하는데, 양이 적고 귀하다. 땅두릅은 독활이라고도 부르며 , 땅에서 순이 나온다. 중국에서 나무에 싹을 틔운 채로 수입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두릅 중에서 값이 가장 싸다.
명이는 산마늘이라는 이름대로 매운맛이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보통의 마늘은 본디 이땅에서 자라던 종이 아니다. 그래서 단군설화에 등장하는 마늘은 아마도 이 명이일 거라 추정하고 있다. 나물의 왕으로 불러도 될 만큼 맛있고 귀하다.
흥미로운 건 명이의 특징이다. 인삼이 따로 없다. 인삼 농사가 어려운 점은 다년생이고, 6년을 채웠을 때 상품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르는 동안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명이가 딱 그렇다. 잘 기르다가 4,5년차에 죽으면 긴 농사가 도로아미타불이다. 명이의 종류는 잎이 넓고 주름이 큰 울릉도종, 폭이 좁은 오대산종과 지리산종이 있다. 장아찌나 생잎으로 쌈을 싸면 맛이 아주 좋으며 삶아서 나물로도 무친다. 강원도산은 조금 더 늦게 나오고, 지리산 쪽은 출하가 빠르다. 명이는 한 뿌리에서 두 잎이 나오는데 하나만 뜯어야 한다. 한 잎은 남겨서 광합성을 계속해야 살아날 수 있고, 그만큼 수확량이 줄어드니 비싸지는 것이다.
나물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고사리를 뺄 수 없다. 한 때 중국산이 시장에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드물다. 국내 생산량이 크게 늘어서다. 자생 고사리를 재배하는 농민이 많다. 비료를 쓰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비탈지고 햇빛 잘 드는 둔덕에 씨를 뿌려 얻는다. 고사리는 빛을 가리는 나무가 울창하면 잘 안 자란다. 번식력이 좋아서 고생대 이후 지구상에서 오래 살아남은 식물이기도 하다.
취나물은 사실상 99퍼센트 재배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 값이 워낙 싸서 굳이 산에서 뜯는 일이 없다. 눈개승마라고 희한한 나물도 있다. 이 녀석은 뿌리가 깊고 튼튼해서 방제용으로 심어서 두고 잎을 뜯으면 좋다. 쌉쌀한 맛이 기막히다. 이밖에도 방풍나물, 방앗잎 같은 나물도 산에서 캐거나 들에서 재배한다. 경상도에서 매운탕에 꼭 넣는 방풍나물은 몸에 좋다는 설이 돌면서 인기가 전국화되고 있는 중이다. 텔레비전에 크게 소개되면 갑자기 특정 나물의 인기가 솟는다. 그러다가도 금세 인기가 가라앉고, 인기가 지속되어도 가격이 좋지 않다.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가죽나물은 초본이 아니고 나무의 어린싹이다. 그래서 양이 아주 적다. 중국 요리에는 예전에 필수적으로 가죽나물 절인 것을 썼다. 요즘은 그런 나물을 썼는지 아는 중국 요리사도 드물다. 나물은 일반 밭이나 야산을 개간해서 밭작물로 재배를 많이 하는데 물량으로는 섬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해풍 맞고 자라는 나물이 쑥쑥 잘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문도니 거제도 같은 남해의 섬 다수가 나물 장사로 먹고산다고 한다. 어업이 아니라니, 이런 애기도 참 특별하다. 세상이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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