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의 맛과 건강

봄날의 맛2 ,오만둥이의 영원한 숙적 미더덕

by 라파의노래 2024. 4. 28.
반응형

화끈한 마산 아재들과 달리 마산 앞바다는 아주 잔잔하다. 특히 미더덕이 많이 나오는 진동 앞바다는 양식에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호수처럼 보일 때도 많다. 진동 앞바다에서 보면 양쪽으로 반도가 튀어나와 큰 바다를 막고 있는 것이 보인다. 마산의 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바다가 느긋하게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앞바다에는 양도라는 섬까지 있어서 안쪽 바다는 더 평온하다. 생전 쓰나미 같은 건 만날 기회가 없어 보이는 지형구조다. 이 바다에 미더덕이 자라는데 4월이면 이 동네는 난리가 난다. 미더덕축제라는 걸 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아닥치기 때문이다. 

미더덕찜이나 해물찜을 먹자면 동행 중에 마산 출신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식당에서 싸움이 나기 때문이다. 아지매 미더덕찜에 오만디밖에 없네 이러고 시작한다. 주인이 얼른 사과하면 대충 마무리되는데 사람 얕보고 그게 그거지 뭐 이렇게 나오는 수도 있다. 미더덕이 오만디보다 몇배는 비싼데 말이 안되지. 찜값도 깍아야겠네.

 

미더덕과 오만둥이는 대체로 한 바다에서 자란다. 미더덕이 잘 자라는 곳이면 오만둥이도 좋아한다. 문제는 값이다. 미더덕이 훨씬 비싸다. 구분하는 법은 간단하다. 미더덕은 몸퉁의 7할 정도는 미끈한 몸매에 우툴두툴한 모자를 쓴 모양이고, 오만둥이는 전체가 우툴두툴하다. 맛도 미더덕이 좋은데, 값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또 있다. 원래 미더덕도 몸 전체가 울퉁불퉁하다. 그렇게 바다에서 나오면 손질을 거쳐야 비로소 판매가 된다. 오만둥이는 통째로 씹어도 되지만, 미더덕은 껍질이 아주 드세서 씹히지 않기 때문이다. 잡아 올린 미더덕은 산지에서 아주머니들이 직접 칼을 들고 깐다. 머리만 남기고 홀랑 껍질을 벗기는 것이다. 이작업이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칼이 조금만 어긋나면 표피가 찢어지고 안에 든 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몸이 쪼그라든다. 상품성이 없어진다. 그래서 요즘엔 미더덕 전용 칼이 있다. 일반 칼을 연마기로 갈아서 넓적하게 가공한다. 그걸 미더덕에 대고, 밀듯이 깎아야 잘 벗겨진다. 이때 예민한 감각이 중요하다. 미더덕 마을의 어부가 말한다. 칼을 오이 벗기듯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 깎다가 지금은 돌려깎기가 정착됐다. 돌려 깎으니까 훨씬 속도가 붙는다. 남자가 더 잘 깐다. 엄지에 힘이 있어야 칼을 밀수 있거든요

미더덕
오만둥이

 

미더덕은 껍질을 깠느냐 안 깠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 난다. 대여섯 배나 차이가 난다. 미더덕의 가치는 순전히 사람의 손길에서 나온다. 바다 작업 두 시간 해서 미더덕 잡아온 어부들은 항구에 와서 하루종일 앉아서 미더덕 까는 게 일이다. 요즘은 바닷일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흔한데, 그들도 하려 하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서다.

 

마산 일대를 비롯한 부산 경남 일대에서 미더덕찜을 시킨다고 해서 모두 미더덕을 넉넉하게 넣어주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비싼 까닭이다. 보통 미더덕이라고 하는 건 참미더덕, 오만둥이는 돌미더덕이라고 부르는게 정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홍어라고 부르는 건 참홍어이지만, 가오리도 홍어과 고기이듯, 서울에서 제대로 된 미더덕찜을 먹을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오만둥이와 미더덕의 차이도 잘 모르는 우리들이니까. 

 

미더덕은 봄, 특히 5월초가 최고의 철이라지만 겨울부터 먹는다. 물론 그때는 알이 잘다. 4,5월이 아주 크고 맛이 절정이다. 그러다가 더워지면 죽는다. 미더덕은 한해살이다. 매끈한 몸매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마산에서 미더덕을 제대로 만난다면 미더덕은 봄, 오만둥이는 가을이 제철이라는 것, 미더덕의 값은 그 껍질을 벗긴 아지매들의 수고료가 포함되어 오만둥이보다 비싸다는 것, 더하여 미더덕을 제대로 먹는 법을 알게 된다. 미더덕을 넣고 탕이나 찜을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미더덕 조심이다. 입안에 넣고 씹다가 터지면 뜨거운 즙이 왈칵 쏟아져 화상을 입기 십상이다.  마산에서 미더덕 요리를 시키면 그래서 터져버린 미더덕을 준다. 체강의 물은 쏟아내고 안쪽의 여린 살점을 먹는 것이다. 미더덕은 회로도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때 당연히 몸통에 구멍을 내어 물을 버리고 봄바람처럼 여릿하고 보드라운 혀 같은 살점을 먹는다. 멍게처럼 강한 휘발성 향은 없지만, 달큰하며 은은하다. 머리에 쓴 껍질은 같이 내주는데 이것은 잘 씹히는 부위라 살점의 맛을 음미하다가 이내 꼬들꼬들 씹어내는 맛이 좋다. 

창원 진동 미더덕 축제

미더덕과 오만둥이는 자산어보에 나온다. 그다지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나보다. 음충이라고 기록된 것을 보니 말이다. 실제로 식용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멍게나 굴, 홍합 양식에 방해를 주는 기생 생물 취급을 했다. 지금처럼 금값이 될 줄 몰랐던 것이다. 연구에 의하여 다른 생물 양식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1999년부터 양식이 허가되었다. 미더덕은 멍게보다 훨씬 기르기 쉽다고 한다. 덜 까탈스럽다. 멍게는 조류와 외부 톡소에 민감하다. 

 

미더덕은 창원에 속하는 과거 마산의 한 면인 진동이 양식의 대부분인 70%내외를 차지 한다. 봄에 나올 때마다 가격이 크게 다르다. 이유는 잘 모른다고 한다. 농사처럼 해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미더덕이 보이걸랑 얼른 사자. 배를 따서 물을 빼고 요리할 것, 먹다 남는 것도 냉동하면 되는데 이때도 배를 미리 따서 얼려야 한다. 왜 이름이 미더덕이냐 했더니 더덕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단다. 까지 않은 더덕을 못 본 사람들이 많아서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더덕 또한 어지간히 울통불퉁한 몸매다.

 

미더덕은 암수가 한몸이다. 입수공과 출수공이 따로 있다. 입과 항문 역할을 한다. 입이 얼마나 야무진지 그 입이 쫄깃한 맛을 내므로 회로 먹을 때 자르지 않고 같이 낸다. 같은 미더덕이라도 품질 차이가 있다. 겉모습으로만 봐서 모른다.

갈라보면 또 다르다. 살이 꽉 찬 놈은 속칭 살미더덕, 물이 꽉 찬 건 물미더덕이라고 한다.

서울 사람들은 미더덕을 회덮밥 재료로 사용하지 않으니 찌개나 찜에 넣는 작은 걸 선호한다. 톡톡 터지는 미더덕의 몸통 안에 있는 바닷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어부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뭐 좋다 하니까 뭐라 할 수 없지만 바닷물 드시고 맛있다 하니 참 할말은 없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