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손질에도 스타가 있다. 통영이나 노량진 같은 곳에서 멍게를 사면 까달라고 할 수 있다. 번개 같은 아주머니들의 솜씨를 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문해 보는 것도 좋다. 멍게의 배를 가르고 꼭지를 자르는 식이 아니다. 마치 사과나 배를 깎듯이 멍게를 들고선 칼로 돌돌 돌려 깎는다. 도톰한 멍게 살이 비어져나오고 칼로 훌렁,끄집어내어 통에 담는다. 그 과정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어 하는 순간에 끝난다. 슬로비디오는 물론 없으니 자세히 봐야한다. 꼭지를 잘라서 서비스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 꼭지가 바로 앞서 얘기한 입과 항문, 아니 입수공과 출수공이다. 요놈을 자르면 안에 멍게 살이 약간 박혀 있다. 씹으면 그 살이 녹아나오고 오도독한 질감을 오래도록 씹을 수 있다.
멍게라는 이름은 "우멍거지" 에서 왔다는 속설이 있다. 어린 남자아이의 벌어지지 않은 성기 끝을 말한다. 아주 해학적인 이름이다. 앞뒤 빼고 멍거만 부르다가 그것이 멍게가 되었다는 얘기다. 물을 찍찍 쏘는 멍게의 모습에서도 오줌 싸는 개구쟁이 어린이가 연상된다. 철묘한 명명이다.
멍게는 바닷속에서 대체로 군락을 이루어 바위 등에 붙어 있다. 멍게 아래쪽에 수염 같은게 있는데 이게 바로 부착 부위다. 그 수염으로 단단하게 바위를 붙들고 늘어진다. 멍게는 어렸을 때는 헤엄을 친다. 그때까지는 뇌가 있다. 그러다가 다 자라기 전에 바위에 붙는다. 뇌가 없어지고 식물처럼 변한다.멍게 양식은 그런 습성을 이용하여 굵은 줄에 붙여서 바다로 늘어뜨려 기른다. 성질 급한 이들은 4월이면 멍게를 찾는다. 제법 살이 오르지만 역시 날이 더워지면 5월은 되어야 멍게 맛이 든다. 6월이 최고다. 5월도 날씨는 따뜻하지만 수온은 아직 더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멍게의 감칠맛을 결정하는 글리코겐이 증가한다. 학자들이 밝혀낸 바, 멍게 특유의 향은 신티올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쌉쌀하고 달큰하고 야릿하며 휘발되는 그 향이 좋아서 멍게를 먹는다. 보통 2년생의 멍게가 시중에 풀린다. 맛이 드는 시점이다. 3년생이 가장 좋다고들 한다.
멍게에겐 껍데기가 무르는 병이 제일 무섭다. 요새는 이 병을 방제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한다. 멍게 없다고 도시의 횟집은 까딱도 안 하지만 산지는 난리가 난다. 멍게에 밥줄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이 병이 번져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그러자 일본산이 많이 들어왔다. 일본은 우리처럼 멍게를 즐기지 않는다. 어허 한국인이 좋아한다고? 얼른 내다 팔자. 그런데 그 주산지가 센다이 부근이다. 동일본대지진이 나면서부터는 멍게 수입이 안 된다. 생산이 줄었고, 방사능 걱정도 있다. 다행히 요새 한국의 생산량이 꽤 많아졌다.
요즘 멍게는 횟집의 쓰키다시 외에도 비빔밥으로 떴다.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닌데, 그새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멍게살을 바르고 초고추장과 참기름, 잘게 썬 김, 통깨, 약간의 채소를 넣어 비비는 것이다. 대충 해도 맛있다. 멍게를 풍부하게 넣을수록 더 맛있어진다. 멍게비빔국수도 있다. 일반적인 매운 비빔국수에 멍게를 추가하여 버무리는 것이다. 썩 좋다. 멍게가 남으면 밀봉하여 얼리거나 젓을 담그는 게 좋다. 멍게 무게의 3~4퍼센트의 소금을 넣어 냉장 숙성한 후 먹으면 된다. 소금의 양을 늘릴수록 오래 간다. 어떤 이는 이 멍게젓이 날멍게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가볍게 절이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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