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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앙리 드 생시몽 의 산업사회의 본질을 꿰뚫은 이상주의

by 라파의노래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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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출범한 이래 수많은 사상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어느 날 갑자기 공장이 들어섰을 뿐이고, 어느 날 갑자기 노동자라는 계급이 나타났을 뿐이며, 자본가라는 계급이 등장했다. 인류문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가지 합의를 지켜나갔다. 이 합의는 불문율 같은 것으로 누구도 깨려고 하지 않았다. 바로 우리 인류는 피지배계급은 언제나 서로 돕고 살았다는 점이다. 연대와 협동은 문명을 이룬 인류라면 누구나 지키고자 했던 당연한 가치였다. 생각해 보라 도대체 우리 민중들이 서로를 돕고 살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조선시대 소작농들이 지주들로부터 악랄한 착취를 당했어도 그들은 서로 돕고 살았다. 어느 날 자본가 계급이 등장하면서 7000년 동안 유지됐던 이 불문율은 처참히 깨졌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이렇게 말했다. 생시몽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해를 풀기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는 '자본가를 타도하고 혁명을 일으키자'는 종류의 사상과는 멀다. 누구도 혁명을 일으키자고 선동한 적이 없다. 이들이 말하는 사회를 복원하는 것인데 자본주의가 팽창시킨 개인주의에 대항하는 개념이었다. 중세 봉건사회만 해도 사람이 사는 사회는 산업사회가 아니었다. 농업사회였는데 농업사회의 특징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공장이 들어서고 대량생산이 시작됐다. 교역이 활발해지고 분업이 세분됐다. 더 이상 노동자들은 쌀을 재배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서 쌀을 사 먹는다. 더 이상 집에서 옷도 짓지 않고 월급을 받아서 옷을 사 입는다. 산업사회에서 개인이 누리는 많은 것들이 궁극적으로 사회라는 총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은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임무를 빈틈없이 처리해야 사회가 유지된다면 이런 산업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은 무엇일까? 생시몽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대답은 바로 우리 모두 연결돼 살고 있으니 나를 대신해 무언가 다른 일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며 살자 는 것이다. 

생시몽은 '산업사회가 고도화되고 규모가 커질수록 분업이 심화한다. 각 구성원이 맡은 유기적 일 중 하나만 펑크가 나도 사회가 피곤해진다. 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산업사회에서 개인이 누리는 많은 것들, 행복과 물질적 풍요 같은 것들은 궁극적으로 사회라는 총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 이 말은 산업사회에서 우리가 얻는 행복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생시몽이 바라보는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생시 모은 제발 좀 그러지 말고 서로에게 고마워하며 살자고 뜨겁게 호소한다. 후대의 사상가들은 생시몽의 이런 감정적 호소를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생시몽과 오언 공상적 사회주의 3인방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그들은 꿈을 꾸는 공상가일 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다. 서로 돕고 살았던 인류가 사회를 복원하자는 꿈을 꾸는 게 그렇게 잘못인가? 그 꿈에 꼭 어떤 과학이 들어있어야 하나? 생시몽을 비롯한 3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유토피아를 쓴 토머스 모어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주인공 라파엘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공공의 일에 열성을 기울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나라가 아무리 번성해도 각자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각 개인은 다른 사람들의 이익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합니다. 하지만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것이 공동 소유 때문에 공동의 창고가 가득 차 있는 한 아무도 자기가 사유할 물건이 모자랄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나 공정한 분배를 받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나 거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도 무엇 하나 가진 것은 없지만, 누구를 막론하고 부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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