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바늘이 들려줄 소식을 기다리며, 붕장어
바다에 사는 붕장어다. 일본에서는 붕장어를 회로는 잘 먹지 않는다. 찌거나 굽는다. 이런 붕장어 한 마리를 통째로 쪄서 올려내는 초밥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회로 즐긴다. 한때 1980년대 서울에는 횟집이 드물었다. 간혹 있으면 대개 붕장어를 팔았다. 붕장어는 생명력이 뛰어나서 당시 운송기술도 서울까지 살려서 가져올 수 있었다. 수조가 있는 횟집도 그때 처음 보았다. 주문하면 요리사가 붕장어를 그룸로 꺼냈다. 그리고는 대가리를 쥐고 도마에 척 올린후 고정된 못에 푹 끼웠다. 못으로 고정하는 건 미끄러운 장어류 탈피에 가장 쉬운 방법일 거다. 일본에서 장어나 붕장어를 다루는 기법이다. 산 채로 붕장어의 껍질을 벗겨낸다. 그 살점을 썰어서 짤순이에 돌린다. 붕장어 피에 독소가 좀 있고, 여름 붕장어는 기름기가 많아서 회로 먹기에 느끼하기 때문이다. 요새는 전용 탈수기를 쓰는데, 예전에는 진짜 짤순이를 썼다. 탈탈탈 짤순이가 일을 마치면 마치 잘 지은 밥을 수북이 푼 모양으로 접시에 담은 뒤 초장과 상추를 곁들여 낸다.
부산의 동쪽에는 기장이 있다. 미역과 멸치로 유명하다. 이동네의 명물로 숫불로 굽는 붕장어가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대충 자리 펴 놓고 붕장어를 구워낸다. 포 떠서 구운 후 양념장에 찍어먹는다. 단 연기가 대단하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화생방 훈련을 하는 것 같다. 붕장어는 서해에서 남해안까지 두루 잡힌다. 요즘은 통발을 많이 쓰는 듯하다. 남해에 가면 붕장어잡이 통발어선이 많이 정박해 있다. 수요에 비해 어황이 나빠져서 수입산도 있다. 남해에서는 회보다는 구이와 탕으로 많이 먹는다. 내장과 뼈도 넣고 푹 고은 탕인데, 된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그윽하게 낸다. 옛날에 여수에 가면 아침 해장을 했다. 탕하면 충남 태안 일대에서 파는 전골도 좋다. 양념 넣고 끓이는데, 여름 햇감자를 넣는 것도 일품이다.
붕장어는 옛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관심 있는 어종이 아니었다. 자산어보에도 가볍게 언급된다. 아닌게 아니라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냥 싼 생선이었다. 너무 많이 먹었다. 붕장어는 이제 비싸다. 가격은 대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붕장어는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크다. 대물을 보았다면 암컷이다. 많은 바닷생물이 그렇지만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많다. 종을 보존하려는 눈물겨운 비율이다. 남쪽 바다에 가서 말린 붕장어를 보았다면 몇 마리 사서 지져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다. 붕장어는 정말 맛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양념의 맛, 뱀장어
흔히 뱀장어니 민물장어니 하는 것이 같은 것이고, 곰장어는 박정희 수출드라이브 시절에 지갑 만들어 수출한다고 남도 앞바다에서 싹쓸어버린 바로 그것이다. 옷은 몽땅 멋어서 가죽으로 내주고, 벌건 몸통만 고추장 양념을 묻히고 연탄불 위에 최를 마쳤던 어종이다. 이건 사실 어류도 아니고 뱀장어나 다른 장어류와는 다른 하등동물이다. 요새는 우리 바다에서는 지갑 제조에 모두 희생당해 씨가 말라 뉴질랜드나 미국 같은 데서 수입을 해온다. 더이상 껍데기가 인기 없는지 산 채로 수족관에서 최후를 기다린다. 이걸 먹는 방법이 좀 그렇다. 불판 위에 그대로 올려 구어버린다. 남도에서는 짱어라고 부른 붕장어도 있다. 주낙이나 통발로 잡아서 구워먹고 끓여먹고 말려먹고 회로도 먹는 아나고가 그것이다. 여름의 귀물 갯장어도 있다. 여기서 갯은 개펄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대가리가 개를 닮아서 그렇다고 한다. 물리면 대형사고를 내는 번쩍이는 개 이빨을 가진 고기다. 여름에 일본에 가면 이고기가 술집의 명물이다. 하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갯장어보다 하모라는 이름이 더 흔히 쓰인다. 잘게 뼈를 잘라줘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이 좋아야 한다. 아예 기계로 잔뼈를 죽이는 기술도 개발됐다. 하기야 가자미 같은 세꼬시를 횟집에서 작업하는 걸 보면, 거개 기계로 벗기고 썬다.
나고야에 가면 히쓰마부시라는 장어덮밥이 인기 있다. 도쿄의 별 볼일 없는 덮밥보다 더 맛있고 값도 싸다. 나고야는 오샤카와 도쿄 사이에 있다. 도쿄와 같이 간토 지방에 속하지만, 도쿄의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나고야는 일본의 서쪽에서 도쿄로 가는 관리들이 들러서 쉬는 도시였다. 나고야에 이르러 쉬고 먹으며 진입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때 히쓰마부시라는 장어덮밥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히쓰마부시를 유명하게 한건 먹는 방법이다. 먼저 그냥 먹는다. 그다음 양념을 섞어서 먹고, 마지막은 오차를 부어 먹는다. 한그릇의 밥을 세가지 맛으로 즐기는 방법이다.
일본식의 장어 요리가 섬세하다지만, 우리나라도 못지 않았다. 한강에서 장어가 많이 잡혔는데 숯불에 부채질해가며 굽는 장엇집이 노량진과 뚝섬, 광나루 같은 곳에 많았다고 한다. 아예 유선에 풍로를 싣고 장어구이 안주를 내고 술을 파는 경우도 흔했다. 1970년도 신문에 한강 샛강에는 선술집 배가 떠 있는데 열대여섯살 된 소년소녀들이 부채질을 해가며 장어를 구워 안주로 내고 있다는 기록도 있다. 한강엔 아직도 어부가 있다. 한강과 임진강 일대의 어업은 허가제다. 부족해진 어족자원을 한정된 허가 어부들이 나눠서 잡고 있다.
자연산 장어는 그만큼 비싸다. 씨알 굵은 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장어의 이미지는 나빠졌다. 장어 맛있는 고긴데 최악의 장어 요리는 영국의 장어젤리라고 한다. 장어구이는 기름이 많아 연기가 많이 난다. 기름이 뚝뚝 열원에 떨어져 피어오르는 연기가 장어에 다시 훈연되듯 하면서 맛이 더해진다고 한다. 물론 테이블에서 장어를 구워주는 집에 가려면 좋은 재킷은 다른 걸로 바꿔 입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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