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1 아마르티아 센의 악마는 꼴지부터 잡아먹는다 1943년 인도의 벵골 지역에 극심한 기근이 들이닥쳤다. 태풍의 영향도 있었지만 대기근의 원인은 사실 당시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의 엉터리 식량 정책 탓이었다. 이른바 벵골 대기근으로 불리는 이 참사에서 얼마나 많은 인도인들이 목숨을 잃었는지를 정확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이 참혹한 현실이 한창일 때, 벵골 지역에는 총명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굶어 죽는 수많은 사람을 직접 목격하며 왜 가난한 사람은 이처럼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 죽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그는 아시아 출신 최초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위대한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다. 굶주림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연구한 셈의 결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바로 민주주의 확립.. 2024. 2. 28. 군나르 뮈르달, 부뿐 아니라 빈곤도 확대 재생산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스웨덴의 보석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진보적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이 선정된 것이다. 뮈르달과 함께 공동으로 상을 받은 이가 바로 우파 경제학자 중 악마적 거장으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였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은 가장 진보적인 경제학자와 가장 보수적인 경제학자 두 명의 손을 동시에 들어준 셈이다. 뮈르달이 학자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1938년 미국의 흑인문제를 연구한 미국의 딜레마를 출간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 흑인들의 빈곤이 왜 끝없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줬다. 뮈르달이 제기한 핵심 개념은 누적적 인과관계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부는 확대 재생산되고 가난은 대물림된다고 여긴다. 문제는 이런 시각에 .. 2024. 2. 28. 윌리엄 베버리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행한 복지주의자 1942년 겨울이라면 영국이 독일에 심각하게 전쟁에서 밀리고 있었을 때였다. 런던 시내에 독일군의 포격이 쏟아진 날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위험한 시기에 도대체 사람들이 무슨 책을 사려고 그렇게 서점 앞에서 애타게 기다렸던 것일까? 그 책이 바로 베버리지 보고서다 원래 제목은 사회보험 및 관련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베버리지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책이다. 영국 국민들은 영국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심각하게 독일에 밀리는 모습을 보고 점차 희망을 잃어갔다. 영국 국민들은 영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심각하게 독일에 밀리는 모습을 보고 점차 희망을 잃어갔다. 영국 국민들의 마음이 상한 것은 단지 불리한 전황 때문만이 아니었다.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국민들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데 있었다. 영국이 점차.. 2024. 2. 27. 칼 폴라니의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류의 본성을 찢어놓았나? 케이크를 절반으로 정확히 나누는 것이 자기에게 가장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로 이처럼 케이크를 정확히 반으로 나누는 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이다. 애덤 스미스 이후 자본주의 경제학은 시장의 존재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들은 시장이라는 제도가 인류가 탄생한 이래 늘 존재했고 것을 상품으로 사고파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온갖 이론들은 호모 에코노미쿠스 즉 인간은 이기적이고 계산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역사를 살펴봐도 인류는 개인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파편적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그 사회를 지키려 했던 존재였다. 인류 삶의 토대는 이기적 개인이 아니라 바로 .. 2024. 2. 22. 체 게바라 인간적 사회주의의 초석을 닦은 경제 혁명가 게바라가 설계한 쿠바의 경제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 이론이라는 자본주의의 환상을 먼저 알아야 한다. 절대 우위론과 상대 우위론을 바탕으로 무역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자유무역 이론은 세계를 제국주의적 착취의 무대로 탈바꿈을 시켰다. 자유무역 이론의 핵심은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더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한 뒤 무역을 통해 물품을 교환하라는 것이다. 혁명에 성공할 당시 쿠바의 경제는 완전히 미국에 종속된 상태였다. 미국 군정을 거치며 미국식 자본주의가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경제 자체가 단일작물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쿠바의 산업은 오로지 미국만 쳐다보는 종속의 상황이었다. 당연히 미국 또한 쿠바 경제를 발전시켜 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미국의 관심은 오로지 설탕과 질 좋은 시가를 수탈하는 일뿐이.. 2024. 2. 22. 스놉 효과와 불쌍한 속물들 베블런 효과 외에 부자들의 이상한 소비 행태를 분석한 경제학 이론으로 백로 효과가 있다. 베블런 효과가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를 지적한 이론이라면 백로 효과는 어떻게든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는 속물들의 소비를 입증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유대계 미국 경제학자인 하비 레이번 슈타인이 경제학 잡지에서 처음 소개했다. 속물은 고상한 체하는 사람, 혹은 잘난 체하는 속물이라는 뜻이다. 까마귀 노는 곳 근처에 가지 않는 거만한 백로를 빗대 '백로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속물들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목숨을 건다. 같은 명품이라도 속칭 개나 소나 다 갖고 있는 명품이라며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디자인이 구려도 이탈리아 장인 한 땀 한 땀 소중하게 만들었다는 운동복을 자랑스럽.. 2024. 2. 21. 소스타인 베블런의 민중은 어떻게 놀고 먹는 자들에게 지배당하나?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겨울, 서울 한복판 시청 광장 인근에서는 이른바 탄기국 집회라는 것이 열렸다. 베블런은 19세기 미국 경제 체계를 신랄하게 비꼰 유한계급론을 1899년 출간하면서 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금도 유한계급은 베블런의 트레이드마크처럼 통용되는 경제학 용어다. 주의할 점은 유한이란 단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무한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한계급은 한가한 계급, 한마디로 놀고먹는 계급을 뜻한다. 베블런은 자본주의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 기록된 야만적인 지배자들을 모두 유한계급이라고 칭했다. 베블런이 보기에 자본주의의 유한계급은 생산에 전혀 종사하지 않으면서 자본이 안겨주는 자본 이득으로 부를 누리는 자들이다. 그런데 베블런은 유한계급의 존재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학적 사.. 2024. 2. 21. 존 메이너드 케인스 대공황을 극복한 자본주의의 구원투수 정부의 권한을 강화해서 시장을 제어하고, 부자와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이를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경제를 선순환 시는 그 복지주의를 뜻하는 게 아닌가? 당연히 그 누군가가 케인스주의를 자처할 수 있다. 케인스주의는 지금도 자본주의의 경제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학문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라고 선언한 인물이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 리차드 닉슨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부자 감세를 추진했고 시장의 자율을 절대로 훼손하지 않는 자유주의의 전통을 지닌 정당이다. 그런데 그 공화당의 수장이 케인스주의자를 자처했다. 케인스의 위력이 복지주의의 위용이 당시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짐작게 한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원조쯤 되는 케인스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역사를 바꾼 인.. 2024. 2. 21. 헨리조지 지주들을 향한 독설,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예쁜 마을이 있었다. 마을을 사랑했던 상인들은 뿌듯했다. 마침내 자신들이 아꼈던 마을 상권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집주인이 찾아와 월세를 갑절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들에게는 단번에 오른 월세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노력 끝에 마을만의 문화를 만들어 장사가 잘되려는 판에 오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상인들은 쓸쓸히 그 마을을 떠나야 했다.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그 마을에는 월세를 감당할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로 가득 채워졌다.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됐던 옛 도심이 번성해 많은 사람이 몰리자 올라 원주민이 되레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만의 문화를 형성했던 상인들의 노력이 결국 스스로를 내쫓는 결과를 야기한 젠트리피케이션은 홍대 입구와 가로수길 등 전국 곳곳에서 지금 진행 중이.. 2024. 2. 21. 이전 1 ···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