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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체 게바라 인간적 사회주의의 초석을 닦은 경제 혁명가

by 라파의노래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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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바라가 설계한 쿠바의 경제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 이론이라는 자본주의의 환상을 먼저 알아야 한다. 절대 우위론과 상대 우위론을 바탕으로 무역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자유무역 이론은 세계를 제국주의적 착취의 무대로 탈바꿈을 시켰다. 자유무역 이론의 핵심은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더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한 뒤 무역을 통해 물품을 교환하라는 것이다. 혁명에 성공할 당시 쿠바의 경제는 완전히 미국에 종속된 상태였다. 미국 군정을 거치며 미국식 자본주의가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경제 자체가 단일작물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쿠바의 산업은 오로지 미국만 쳐다보는 종속의 상황이었다. 당연히 미국 또한 쿠바 경제를 발전시켜 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미국의 관심은 오로지 설탕과 질 좋은 시가를 수탈하는 일뿐이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쿠바가 미국에 종속된 상태를 유지했다면 지금의 자메이카보다도 못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쿠바에서 게바라는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쿠바만의 자립경제의 길을 추구했다. 물론 이 시스템이 성공했느냐에 대한 평가는 매우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자본주의는 석유 같은 천연자원의 무분별한 사용 위에 성립된다. 세계가 이런 시스템에 종속돼 있는 한, 식량과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한 자립경제는 성공할 확률이 급히 낮다. 그래서 게바라는 세계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쿠바만의 자립경제의 정당성을 설파했고, 각 나라와 대등한 무역을 원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배했던 자유주의 세계는 단호히 게바라의 제안을 거부했다. 게바라의 경제관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인간을 경제와 접목한 부분이었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 대부분은 소련식 경제 모델을 받아들였다. 소비에트라고 불리는 중앙평의회가 경제의 모든 것을 관장했다. 게바라가 꿈꿨던 경제 체제는 각 개인이 최대한 발달할 수 있고 개인의 자유로운 발달이 조건이 되는 사회였다. 게바라는 자본주의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이 인간의 도덕성을 심각하게 말살시켰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게바라가 대안으로 내세웠던 것이 바로 도덕적 인센티브라는 개념이었다. 어떤 일을 해냈을 때 엄청난 돈을 보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성과가 사회와 인민들을 위해 크게 기여했다는 도덕적 명예를 수여한 것이다. 게바라는 이런 도덕적 자극이 자본주의보다 더 경쟁력 있는 경제 체제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특히 그는 예산재정 시스템과 자율재정 시스템을 도입해 소련식 사회주의와 차별점을 찾아 나갔다. 소련식 사회주의는 예산과 관리, 생산, 유통까지 전부 소비에트 평의회가 결정했다. 하지만 게바라는 계획과 재정은 중앙에서 관리하되 생산과 유통을 분산시켜 현장 노동자들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했다. 게바라의 이상은 인간의 발달에 있었고, 그는 인간이 스스로 결정하고 협동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믿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이상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봉쇄와 쿠바 정부 내 친소련파의 득세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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